3월 14일, 고기동 습지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고기교회 뒤 계단식 논습지는 고기동에서 보기드문 자연환경을 유지했던 곳으로, 양서류들이 산란하고 성장하는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올해도 3월 8일 큰산개구리들이 찾아와 알을 낳았습니다.
습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에, 용인환경정의 환경교육센터 선생님들이 14일에 조사를 나갔습니다.
아직 도롱뇽 알과 두꺼비 알은 보이지 않지만, 개구리알은 정말 많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요?
논습지 한 곳에 양서류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둥둥 떠올라 있었습니다.
물 속에 가라앉은 사체도 있고, 가장자리로 떠밀려온 사체, 물에 떠있는 사체가 흩어져 보였습니다.
사체로 인해 물이 오염될 수도 있어 선생님들이 장화를 신고 들어가 사체들을 건져냈습니다.
개구리 사체 42, 도롱뇽 사체 1, 얼룩동사리 사체 86, 미꾸리 사체 1, 우렁 사체 2... 14일 오전까지 확인한 개체수입니다.
논습지 위쪽으로 사회복지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십년동안 없었던 일이 갑자기 발생한 것은, 공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광교산에서 흘러내려오던 물길이 공사로 인해 막혔기 때문입니다.
물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던 습지에 살던 생물이 고여있는 물에서 살아가기는 당연히 어려울 것입니다.
14일 오전에는 수지구청 산업환경과에 연락하여 담당자가 현장으로 나와서 같이 살펴보았습니다.
오후에 오,폐수 담당자가 나와서 검사 맡기기 위한 물과 물고기를 가져갔습니다.
이후 3월 16일 수지구청에서 답변 오기를, 시료(물과 물고기)를 국과수와 보건환경연구원 등에 가져갔으나 검사 못 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검사기관에서 갈수기에 부영양화로 인한 수질오염과 그로 인한 용존산소 부족으로 일어나는 생물 피해는 흔히 있는 일이며, 너무 많아 일일이 검사할 수 없다 했다고요.
그리고,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ph와 용존산소를 측정해야지 물을 떠오거나 하는 건 의미도 없는 일이라 했다고 합니다.
대응 매뉴얼도 없이 주먹구구식 대응은 안 된다 하니, 앞으로 ph와 용존산소 검사를 할 수 있는 물품을 준비해 놓겠다고 합니다.
2011년 사전환경성검토 협의의견 조치 결과(사업계획승인내용)를 보면, 공사시와 운영시에는 사전환경성검토서에서 제시한 환경보전 방안과 협의의견을 반드시 이행하고, 사업시행으로 인하여 주변지역의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이 악화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별도의 추가 환경영향저감대책을 강구하여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용인환경정의는 3월 16일 한강유역환경청과 용인시에 대책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조치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용인시에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며, 용인시(도시계획과)는 조치 계획 이행과 관련한 책임 있는 조처와, 이번 사안에 대한 대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양서류가 산란할 만한 습지가 거의 없는 고기동이지만, 3월은 도롱뇽과 두꺼비들이 알 낳으러 이동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다보니 고기동에서는 로드킬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밤 고기동 도로에서 확인한 개구리 로드킬입니다.ㅠ
14일 오후 고기동 골프장과 낙생저수지 입구 사이 로드킬 당한 개구리입니다.ㅠ
지난 13~14일의 양서류와 물고기 떼죽음 이후 논습지의 상태가 염려되어 지속적으로 관찰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3월18일 고기교회 습지에 두꺼비가 찾아왔고 첫 산란을 했습니다.
22일에는 용인환경정의 환경교육센터 감자샘께서 두꺼비알이 아직 무사하다고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개발과 공사로 인해 도시에서는 양서류들이 살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이겠지요.
습지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데다 남은 습지도 오염되고 있어, 염려하는 마음이 점점 커집니다.
양서류들이 올해도 무사히 산란하고 성장하여 산으로 올라가길 바랍니다.
사람과 자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 정말 어려울까요? 동물들의 피해 현장과 상황을 보면서 되물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