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10
정평천 모니터링을 하면서 다친 오리를 발견, 치료와 그 뒷 이야기를 어치선생님이 담아 주었습니다.
5월 10일에서 13일까지 상황입니다.
5월 10일
용인환경정의는 탄천, 신갈천, 안대지천, 정평천, 성복천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5월에 수실 검사와 어류 조사를 하려고 시약과 어복을 챙겨 감자 선생님, 딱따구리 선생님과 함께 정평천으로
나갔다. 어복을 입는데 지나가는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며, 오리 이야기를 한다.
저쪽에 왼쪽 다리를 다친 오리가 며칠채 힘들어 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안타까운 마음에 시민들이 말한 오리를
찾아 보니 하천 옆에 앉아 있다. 주인있는 오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얀 오리를 야생오리가 할 수 없으니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저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감자 선생님과 딱따구리 선생님도 내 마음과 같았다.
우리는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지켜보던 어르신 말씀이 남자아이들이 던진 돌에 맞아 다리가 다쳤다고 한다.
돌을 던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배우지 않으면 모르는 일일까.
어렵지 않게 오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았다.
꽥꽥 오리가 내지르른 소리를 듣자니 오히려 괴롭히는 것일까 싶었다.
" 땅으로 몰아요. 물에 있으면 못 잡아~"
돌멩이 얘기를 해 주신 어르신이 지켜보다 알려 주셨다.
내가 몰고 가면 감자 선생님이 막아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오리는 목을 잡아야 해~”
이러다 오리 죽겠다..
그래도 치료를 받는 편이 낫겠지 싶었다.
옷을 다 젖힌 다음에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조류독감으로 주변 학교에서 키우던 오리인 듯 싶다고 한다.
어르신이 오리가 두려워하니 눈을 가리고 가라고 알려주셨다.
어복을 입은채로 동물병원에 갔다.
동물병원에서는 다리가 부러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주사를 놓고 3일치 약을 지어주면서 “이 아이를 3일간을 돌봐주어야 할텐데 어떻게 하나요?”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다.
"저희집에 사육 우리가 있어요. 거기 넣으면 맞을 거예요. 3일간 데리고 있을 수 있어요."
"네~! 그렇게 돌보아주시면 돼요"
의사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셨다.
이 오리를 안고 버스를 타면 승차 거부가 될 수도 있겠지.
딱따구리 선생님은 내가 입었던 어복과 시약가방을 짊어지고 함께 걸어 주셨다. 감기에 걸린 몸으로 말이다.
나는 집 현관비밀번호를 잊어버릴 정도로 지쳐버렸다.
아...가족에게는 뭐라고 말하지.
5월 11일
아침에 거실로 나왔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냄새가 가득했다.
미세먼지가 나쁨이었지만 집안의 창문을 다 열어야했다.
신문지를 깔지 않는 곳만 골라서 한 무더기 실례를 해 놓은 솜씨를 보라..
아침 약을 주다보니 오리 머리에 뭐가 기어 다닌다.
으악~
진드기? 빈대?
급하게 목욕을 시켜주면서 징그러운 그 정체의 꿈틀이 여럿을 죽여야 했다.
왼쪽 다리는 여전히 아파 보였다.
5월 12일
이틀이 지났다. 목욕 시켜놔서 그런지 색도 더 하얗고 고니처럼 예쁘다.
어쩜 이렇게 예쁠까?
5월 13일
아침에 급한 일로 나는 나가야 했고, 딸에게 약 먹이는 것을 부탁했다.
통화를 해 보니 1시간동안 이리저리 해 보았지만 약 먹이기 힘들었는데, 먹이로 놓은 수제비와 상추를
잘 먹었다고 한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드디어 편안하게 먹는구나.
그럼 똥을 많이 싸겠다 싶어 동네 재활용하는 이파트를 찾아 신문지를 가득 들고 왔다.
5월 14일
언제 나을지 모르는데 계속 데리고 있는 것이 오리한테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연락했다.
하얀 오리가 야생오리는 아니지만 야생에서 오랫동안 살아온터라 데리고 가 치료 후에 방생해 주기로 했다.
원래는 구조 담당자가 와야 하는데 휴무라서 수의사가 직접 왔다.
친절하게 대응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수의사 선생님이 가지고 온 이동케이지가 작아서 종이 박스에 담아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무거운 오리를 번쩍 들어 올리니 수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
“키우셔도 되겠는데요”
오리가 머물다 간 베란다를 청소하려고 하니 깃털이 하나가 떨어져 있다.
기분이 이상하다.
그 사이 정이 든 모양이다.
벌써 보고 싶다.
<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