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이 경칩이었죠.
경칩은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의 절기입니다.
두꺼비 산란 시기가 다가오면서 용인환경정의에서도 3월 11일,
고기동 습지에 봄철 양서류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현수막을 게시했습니다.
이 현수막 게시는 경남양서파충류네트워크에서 시작, 전국에서 함께 참여하고 있는 공공현수막 퍼포먼스입니다.
고기동 습지는 용인환경정의가 2013년부터 모니터링해오고 있는 습지입니다.
두꺼비 서식처 모니터링을 하면서 멸종위기종인 대모잠자리를 발견하기도 한 귀한 습지이지요.
광교산 자락으로 전원주택들이 많이 들어오는 탓에 습지 주변 산자락은 너무 많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습지들은 금방금방 없어져버리기도 하지요.
사유지가 대다수이다 보니 막을만한 장치도 없고...
이웃주민 말씀으론 예전엔 길바닥이 두꺼비 천지였는데 요즘은 한두마리 보기도 어렵다 하시더군요.
두꺼비는 아무 물에나 알을 낳지 않는 동물이라, 알에서 깨어 자란 곳, 늘 산란하던 곳으로 찾아오는 습성이 있는데,
산자락 논이나 둠벙 같은 작은 습지들이 이미 많이 사라져버렸으니...
점점 만나기가 어려워지는 게 현실입니다. ㅠㅠ
공공현수막 문구대로,
봄철 양서류 로드킬은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생명을 지킬 수 있는데 말이지요.ㅠ
3월 19일, 습지지킴이 콩세알선생님께서 습지에 나갔다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두꺼비가 산란을 했네요!
그런데 두꺼비가 알을 낳았으면 주변에 ‘로드 킬’도 일어나는 게 도시의 현실입니다.
습지 상태 확인을 위해 3월 20일 현장엘 다시 나가보았습니다.
역시나, 습지에서 두꺼비 알을 확인하기도 전에 로드 킬 당한 두꺼비 사체를 먼저 만나고 말았습니다.
개구리나 두꺼비 같은 양서류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차에 치이더라도 차들이 몇 번 지나가고 나면 흩어져 버려 흔적이 오래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로드 킬이 자주 보인다는 건 그만큼 많은 수의 양서류가 희생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지요.
예년처럼 많지 않았어도 두꺼비 알을 확인해서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역시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로드킬 현장을 확인하고...
논습지 물속에서는 산란하러 내려온 두꺼비 소리가 아직도 '꾹꾹~'하고 들립니다.
하지만 자동차로 인한 오염 등 위협하는 것들이 많고,
비가 오지 않아 습지의 물이 많이 줄어있는데 주변에서 농사에 쓰기 위해 양수기로 퍼나가기도 하는 안좋은 조건에서,
두꺼비들이 알에서 잘 깨어나 성장해 5월 하순 즈음 산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오늘 보고 온 알들이 험난한 상황을 잘 견뎌내길 바랍니다.
사라져가는 동네습지,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