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2년은 지난 20년간의
한국사회 환경정책의 성과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
지금으로부터 2년전 우리나라에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이 끝나고, 앞선 두 개의 정부와는 완벽한 차별성을 부각시킨 이명박 실용정부가 출범했고, 실용정부는 앞선 두 개의 정부기간을 '잃어버린 10년' 규정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잃어버린 10년'에서 잃어버린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기도 하지만, 많은 진보진영에서는 이들의 규정과는 반대로 이명박 정권의 2년간을 민주주의가 사라진 '잃어버린 2년'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역주행 2년'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한국사회의 친 환경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환경운동 진영의 입장에서는 단지 잃어버린 2년 정도가 아니라, 지난 20여년 수많은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 온 우리사회의 환경정책의 기본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켰다는 의미에서 '사라져버린 20년'이 되어 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용정부의 2년이 한국사회 발전의 역사 20년을 증발시킨 것은 첫째로 환경제도의 근간인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완전 무력화되었기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그동안 대규모 국책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던 예비 타당성 검토제도가 이 정부에 의해서 그 의미를 상실했으며, 마지막으로는 국토개발에서의 '선계획 후개발' 체제가 완전히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의 기본중 하나가 환경영향평가와 사전환경성 검토제도가 있다. 환경영향평가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기관 또는 민간기업에서 대규모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이로 인해 환경에 미칠 영향의 정도나 범위를 사전에 예측·평가하고 그 대처 방안을 마련하여 환경오염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다. 1969년 미국에서 국가환경정책법을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198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으며 1993년에는 환경영향평가법을 따로 제정해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도시개발, 공단조성, 에너지개발, 도로건설, 하천개발 등 16개 분야 59개 사업에 대해 시행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90년대 초반 낙동강 페놀사태, 시화호 오염 재앙사건, 새만금 개발 사업 등을 통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 왔다. 이렇듯 20년 이상 우리사회의 모든 개발 사업에 적용되어 왔던 제도를 이명박 실용정부 2년에서는 완전히 무시되어 버렸다.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는 4계절 조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용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환경영향평가의 기본을 완전히 무시하였다. 4대강 사업은 지난해 6월에야 겨우 마스터 플랜을 마련했을 뿐인데 11월에 전국에 있는 사업구간을 일제 착공했다. 조그만 골프장 하나도 환경영향평가 조사를 하려면 1년이상 걸리는 데 634킬로미터에 이르는 4대강 유역 공사 현장 전체 조사가 불과 한 달 반 밖에 걸리지 않았고, 협의서 내용은 엉망진창이었다.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은 조사에서 누락되기 일수였고, 공사중에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은 거짓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조사 한번도 없이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되어 지난 20년간 이어온 제도의 근간이 무너져 버렸다.
환경영향평가제도 뿐만 아니다.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해서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하는 제도도 무시했다. 1997년 한국사회는 단군이래 최대의 경제위기에 봉착한 바 있다. 이른바 IMF 경제위기였다. 단순히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경제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야 할 만큼 그 충격은 대단했다. 환란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만한 경제 운용을 그 원인으로 주목했다. 하여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말자고 해서 만들어진 법률이 '국가재정법'이고, 이 법률에 근거하여 '예비 타당성 검토 제도'가 생겨났다. 예비 타당성 검토제도는 500억 이상의 국고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에 대해서 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이다. 국가 재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였다. 과거에는 엉터리 국책사업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신공항 고속도로는 개통하자마자 매년 수천억원씩 국고 보조를 해줘야 했고, 신공항 철도도 부실 덩어리였다가 그 부실을 더 이상 국고로 메우는 것이 부담되어 결국은 공기업이 매입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지금 현재에도 지방 곳곳에는 1년에 비행기가 한 대도 뜨지 않는 공항이 즐비하다. 쓸데없는 지방 항만개발이 남발되고 있었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과 제도를 만들었으나, 실용정부에서는 단 한 줄의 시행령을 개정하여 제도 자체를 무력화 시켰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는 시급한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 타당성 검토를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로 만든것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비 타당성 검토를 받아야 할 사람인데 스스로 시험을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단군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국민의 혈세를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사용하고자 해서 만든 제도가 탄생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실용정부 2년 만에 완전 무력화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가 없애버린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선 계획 후 개발'체계이다. 선 계획 후 개발 체계는 김영삼 정부의 잘못으로 만들어졌다. 1990년 초반 김영삼 대통령은 절대 농지가 아닌 농지에 대해서 토지이용 규제를 완화해주었다. 이른바 준 농림지 규제완화라는 조치였는데 이로부터 불과 6-7년이 지나지 않아 전국을 난개발의 열풍으로 몰아넣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경기도 인근에는 논 한가운데 아파트가 들어섰고, 초등학교도 없는 동네에 6,000가구 ~ 7,000가구의 아파트 단지가 생겼다. 주민들은 아파트에 입주한 후에야 주변에 학교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초등학교 대란을 맞이하기도 했다. 실로 난개발의 부작용은 엄청났다. 그렇기에 한편에서는 난개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다시는 이런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국토계획법 상에 '선계획 후개발'체제를도입하게 되었다.
'선계획 후개발'이란 어떤 개발을 진행하기 이전에 계획을 먼저 세우고 그 계획이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개발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실용정부는 이러한 선계획 후개발 체계를 완전히 무시했다. 4대강 사업은 계획도 없이 개발사업의 추진을 확정해 버렸다. 보금자리 주택 사업도 아무런 계획도 없이 공급 목표부터 발표해버리는 등 계획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우선 개발 자체부터 확정해버려 계획에서 반영할 것이 아무것도 없게 만들었다.
위의 사례로 들었던 3가지 만이 아니다. 이명박 실용정부는 불과 2년만에 우리사회가 수십년간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서 도입하거나, 우리가 직접 경험해오면서 보완하거나 새로 만들었던 제도들을 단 한순간에 없애버리거나 무력화시켰다. 겉으로는 '법과 원칙'을 강조했으나, 그들이 활동하기 불편한 '법과 원칙'은 철저히 무시했다. 지난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했으나, 그들 스스로는 한국사회의 지난 20년간의 성과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이명박 실용정부 2년이 한국사회의 20년을 증발시킨 것이다.
증발된 20년을 되찾아 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수없이 반복되었던 환경재앙들을 다시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실용정부가 제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시민들의 합리적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 환경정책의 성과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
지금으로부터 2년전 우리나라에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이 끝나고, 앞선 두 개의 정부와는 완벽한 차별성을 부각시킨 이명박 실용정부가 출범했고, 실용정부는 앞선 두 개의 정부기간을 '잃어버린 10년' 규정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잃어버린 10년'에서 잃어버린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기도 하지만, 많은 진보진영에서는 이들의 규정과는 반대로 이명박 정권의 2년간을 민주주의가 사라진 '잃어버린 2년'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역주행 2년'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한국사회의 친 환경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환경운동 진영의 입장에서는 단지 잃어버린 2년 정도가 아니라, 지난 20여년 수많은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 온 우리사회의 환경정책의 기본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켰다는 의미에서 '사라져버린 20년'이 되어 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용정부의 2년이 한국사회 발전의 역사 20년을 증발시킨 것은 첫째로 환경제도의 근간인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완전 무력화되었기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그동안 대규모 국책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던 예비 타당성 검토제도가 이 정부에 의해서 그 의미를 상실했으며, 마지막으로는 국토개발에서의 '선계획 후개발' 체제가 완전히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의 기본중 하나가 환경영향평가와 사전환경성 검토제도가 있다. 환경영향평가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기관 또는 민간기업에서 대규모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이로 인해 환경에 미칠 영향의 정도나 범위를 사전에 예측·평가하고 그 대처 방안을 마련하여 환경오염을 사전에 예방하는 제도'다. 1969년 미국에서 국가환경정책법을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198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으며 1993년에는 환경영향평가법을 따로 제정해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도시개발, 공단조성, 에너지개발, 도로건설, 하천개발 등 16개 분야 59개 사업에 대해 시행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90년대 초반 낙동강 페놀사태, 시화호 오염 재앙사건, 새만금 개발 사업 등을 통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 왔다. 이렇듯 20년 이상 우리사회의 모든 개발 사업에 적용되어 왔던 제도를 이명박 실용정부 2년에서는 완전히 무시되어 버렸다.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는 4계절 조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용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환경영향평가의 기본을 완전히 무시하였다. 4대강 사업은 지난해 6월에야 겨우 마스터 플랜을 마련했을 뿐인데 11월에 전국에 있는 사업구간을 일제 착공했다. 조그만 골프장 하나도 환경영향평가 조사를 하려면 1년이상 걸리는 데 634킬로미터에 이르는 4대강 유역 공사 현장 전체 조사가 불과 한 달 반 밖에 걸리지 않았고, 협의서 내용은 엉망진창이었다.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은 조사에서 누락되기 일수였고, 공사중에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은 거짓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조사 한번도 없이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되어 지난 20년간 이어온 제도의 근간이 무너져 버렸다.
환경영향평가제도 뿐만 아니다.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해서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하는 제도도 무시했다. 1997년 한국사회는 단군이래 최대의 경제위기에 봉착한 바 있다. 이른바 IMF 경제위기였다. 단순히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경제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야 할 만큼 그 충격은 대단했다. 환란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만한 경제 운용을 그 원인으로 주목했다. 하여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말자고 해서 만들어진 법률이 '국가재정법'이고, 이 법률에 근거하여 '예비 타당성 검토 제도'가 생겨났다. 예비 타당성 검토제도는 500억 이상의 국고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에 대해서 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이다. 국가 재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였다. 과거에는 엉터리 국책사업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신공항 고속도로는 개통하자마자 매년 수천억원씩 국고 보조를 해줘야 했고, 신공항 철도도 부실 덩어리였다가 그 부실을 더 이상 국고로 메우는 것이 부담되어 결국은 공기업이 매입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지금 현재에도 지방 곳곳에는 1년에 비행기가 한 대도 뜨지 않는 공항이 즐비하다. 쓸데없는 지방 항만개발이 남발되고 있었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과 제도를 만들었으나, 실용정부에서는 단 한 줄의 시행령을 개정하여 제도 자체를 무력화 시켰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는 시급한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 타당성 검토를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로 만든것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비 타당성 검토를 받아야 할 사람인데 스스로 시험을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단군이래 최대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국민의 혈세를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사용하고자 해서 만든 제도가 탄생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실용정부 2년 만에 완전 무력화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가 없애버린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선 계획 후 개발'체계이다. 선 계획 후 개발 체계는 김영삼 정부의 잘못으로 만들어졌다. 1990년 초반 김영삼 대통령은 절대 농지가 아닌 농지에 대해서 토지이용 규제를 완화해주었다. 이른바 준 농림지 규제완화라는 조치였는데 이로부터 불과 6-7년이 지나지 않아 전국을 난개발의 열풍으로 몰아넣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경기도 인근에는 논 한가운데 아파트가 들어섰고, 초등학교도 없는 동네에 6,000가구 ~ 7,000가구의 아파트 단지가 생겼다. 주민들은 아파트에 입주한 후에야 주변에 학교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초등학교 대란을 맞이하기도 했다. 실로 난개발의 부작용은 엄청났다. 그렇기에 한편에서는 난개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다시는 이런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국토계획법 상에 '선계획 후개발'체제를도입하게 되었다.
'선계획 후개발'이란 어떤 개발을 진행하기 이전에 계획을 먼저 세우고 그 계획이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개발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실용정부는 이러한 선계획 후개발 체계를 완전히 무시했다. 4대강 사업은 계획도 없이 개발사업의 추진을 확정해 버렸다. 보금자리 주택 사업도 아무런 계획도 없이 공급 목표부터 발표해버리는 등 계획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우선 개발 자체부터 확정해버려 계획에서 반영할 것이 아무것도 없게 만들었다.
위의 사례로 들었던 3가지 만이 아니다. 이명박 실용정부는 불과 2년만에 우리사회가 수십년간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서 도입하거나, 우리가 직접 경험해오면서 보완하거나 새로 만들었던 제도들을 단 한순간에 없애버리거나 무력화시켰다. 겉으로는 '법과 원칙'을 강조했으나, 그들이 활동하기 불편한 '법과 원칙'은 철저히 무시했다. 지난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했으나, 그들 스스로는 한국사회의 지난 20년간의 성과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이명박 실용정부 2년이 한국사회의 20년을 증발시킨 것이다.
증발된 20년을 되찾아 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수없이 반복되었던 환경재앙들을 다시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실용정부가 제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시민들의 합리적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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