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보도- 택지개발로 사라질 위기 너머 사람·자연이 공생하는 곳으로



» 대지산 정상에 위치한 정자에서 대지산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들이 앉아 쉬고 있다.



‘아파트숲’ 속의 진짜 숲. 경기도 용인시 죽전1동의 대지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면적 28만㎡(8만 평)의 야트막한 동네 뒷산이지만 크기에 비해 무척 이름난 산이다.
일반인들이 불곡산 끝자락의 야트막한 봉우리 이름을 듣게 된 것은 2000년 이 지역 시민단체들이 택지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지산 보존 운동을 시작하면서였다.

특히 환경정의시민연대 박용신 부장의 17일에 걸친 ‘나무 위 시위’는 국민적인 관심을 대지산에 불러 모았다. 2001년 건설교통부는 마침내 이곳을 녹지로 지정했고 택지개발 주체였던 토지공사는 표토이식수술 등 최신 공법을 사용해 생태계를 복원한 뒤 공원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대지산은 산책로,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 자연학습장 등 동네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간으로 거듭났다. 어른걸음으로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산책로 곳곳에는 폐목으로 만든 안내판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안내판에는 ‘쌈싸먹는 생강나무’, ‘숲 속의 바나나-으름’, ‘인공림과 자연림’ 등 숲 속의 식물을 소개하고 환경상식을 알려주는 글이 담겨 있다. 많이 사는 식물의 이름을 딴 철쭉길, 도토리길, 물박달나무길 등 산책로에는 태양전지로 작동하는 가로등이 우뚝 서 있고, 주민들이 함께 만든 야생화단에는 구절초, 은방울꽃, 할미꽃, 매발톱 등이 자태를 뽐낸다. 폐목들을 쌓아 곤충이 살 수 있도록 만든 ‘곤충 아파트’도 이채롭다.

대지산은 환경운동사에 새겨진 이름에 걸맞게 아주 잘 보존된 산이다. 대지산 지킴이로 구실하는 용인환경정의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 단체는 가지치기, 나무심기 등 숲가꾸기 활동과 함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생태안내자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주변 학교와 협력해 학생 80여명이 참여하는 ‘대지산지킴이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용인환경정의가 해마다 여는 ‘대지산 모듬기 축제’는 부근 주민은 물론 용인 시민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다. 해마다 300여명이 참여하는 이 행사는 벼룩시장, 대지산 식생 전시, 친환경 생활용품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7회 축제는 6월14일로 예정되어 있다.

그런 활동 덕에 용인환경정의는 환경 운동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용인에 25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어엿한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어려움은 여전하다. 대지산은 공원으로 꾸며진 뒤 용인시에 기부체납됐지만 관리비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용인환경정의는 심지어 식목일 행사 때 심을 나무 한 그루조차 지원받지 못했다. 최근 2년 동안 토지공사의 초록사회 만들기 사업에 응모해 지원받은 4천여만원이 외부 지원의 전부다. 이오이 사무국장은 “올해 계획한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031)266-9190.

용인/권복기 기자, 사진 용인환경정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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