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시 한 번 대지산 살리기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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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대지산 살리기

수지구 죽전동 대지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다. 더운 날에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와도 힘들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느린 걸음으로 운동 겸 산책을 하러 찾아가고, 학교를 마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 곳이다.

낮지만 녹음이 짙은 이곳은 아파트가 들어설 뻔한 자리였다. 2000년대초 택지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난개발로 용인은 공사차량 흙먼지로 덮였다. 개발이익이 높은 준농림지의 개발은 산림과 농지를 무참히 들어냈다. 산 하나쯤 깎아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대지산 살리기운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지산도 사라졌을 숲이었다.

대지산 살리기운동은 녹지를 보전하기 위해 시작됐다. 식생조사를 거쳐 환경부에 왜곡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청하고,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방식을 도입한 땅 한 평 사기를 통해 100평의 땅을 매입했다. 맨발걷기를 하고 금줄치기를 하며 환경영화를 함께 봤다. 그야말로 산을 지키지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급기야 정상에 있는 상수리나무에 올라가 대지산을 살려달라는 시위를 벌였고, 나무 위 시위 17일 만에 당시 건설교통부는 대지산 일대의 28만㎡를 보전하도록 계획을 수정했다. 대지산 살리기운동은 이미 진행 중인 개발을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막아낸 희망적인 사례이며, 전국의 작은산 살리기운동의 본보기가 됐다.

이후 시민단체와 주민이 협의해 대지산의 8만136㎡를 자연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2002년부터 3년에 걸쳐 대지산공원 조성에 대한 모니터링과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민참여형 자연공원이 되도록 했다. 야생화 화단 꾸미기를 비롯해서 사례지역을 방문하고 생태지도 만들기 등 대지산 자연공원은 조성단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담아 가꾼 특별한 곳이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고, 공원으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대지산공원은 생물다양성이 확보되고 마을 사람들에게 소중한 녹지로 남았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시설 노후와 생태계 관리 등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아졌다.

그동안 용인환경정의는 청소년과 성인 대상 환경교육을 진행하면서 대지산 숲을 모니터링 해 왔다. 그러나 모니터링만으로는 보전과 보완에 한계가 있다. 나무는 무성하게 자라났지만 서로 엉켜있어 가지가 죽어가고, 산책로가 늘어나 이용이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훼손됐다. 당시의 치열했던 이야기가 담긴 안내판과 주민들의 쉼터였던 정자는 시설관리라는 명목으로 철거됐다.
용인환경정의는 지난 6월 18일에 ‘대지산 생태보전 방향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대지산 살리기운동을 했던 사람들과 용인시 관계자, 지역 주민, 전문가가 참여해 대지산공원을 돌아보고 보전 방안에 대한 생각을 모았다. 작은 시설물 하나를 설치하더라도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고, 처음 조성할 때처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대지산 숲의 역사를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서는 용인시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도 동의했다. 대지산이 10년 뒤에도 100년 뒤에도 건강하게 버틸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대지산 살리기에 힘을 모을 시점이다.

길을 가다보면 어제까지 멀쩡했던 산자락에 굴착기가 들어앉아 있고 나무가 잘려져 있다. 그 숲에 살았던 수많은 생명들이 어디로 도망쳐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일이다. 사유지니까, 개발이 먼저니까,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지 말자. 숲은 생명 그 자체이다. 천신만고 끝에 살려낸 대지산이 지금 시민들의 허파로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대지산의 이야기가 아프게 깎이고 있는 모든 숲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

고경희( 본지 객원논설위원·용인환경정의 상근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댓글

Submitted bynaxcconp (미확인) on 2022/01/26, 수 -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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