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진정한 생명살림 길로 함께 나서야할 때

진정한 생명살림 길로 함께 나서야할 때
-로컬푸드 실천을 위한 제언

2009년 10월 28일 (수) 이오이 용인환경정의 사무국장 용인시민신문




중국산 납 꽃게, 색소로 물들인 젓갈, 불량만두파동, 쥐 사체가 나온 새우깡, 농.식품 원산지 허위표시, GMO 옥수수 전분대량수입 등 그야말로 생명을 살리고 유지시켜주는 먹을거리가 근심거리가 되었다.

그동안 잊을 만하면 제기되던 식품안전문제는 결국 한.미간 소고기협상 파문에 이르러 절정에 다다랐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식품안전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불신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좋은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손쉬운 화학농업을 포기하고 까다로운 유기농법으로 생산물을 내놓아도 그 진위여부를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어떤 소비자는 원산지허위표시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속편하게 아예 수입산 농산물을 찾는다고 한다. 어쩌다 이리도 식품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사회가 되었을까?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들의 행동이 억측에 지나지 않다고 만 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의 식품안전체계는 이윤 앞에서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얼굴도 국적도 모호한 식탁의 위기

지금처럼 농업이 세계화, 무역화 되지 않고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먹을거리는 내 이웃, 내지역의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시장에서 조금씩 거래되던 먹을거리는 누가 생산했는지, 누가 먹는지에 대한 확인이 가능했다. 이 때문인지 먹을거리로 장난을 치는 생산자도 없었을 뿐더러 소비자 역시 또 다른 생산자이기 때문에 식품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식탁은 얼굴도 국적도 모호하다. 지구 저쪽 반대편에서 몇 달씩 걸려 오는 탓에 온갖 방부제와 농약에 쪄들어 있는 밀가루와 과일들, 식품첨가물 투성이 가공식품들은 지구 어느 나라 누구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기에 더 많은 이윤을 전제로 오염된 먹을거리를 내놓아도 죄책감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다.
최근엔 이렇게 대량화되고 세계화, 자본화되는 먹을거리에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딴지를 거는 움직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로컬푸드’운동이다. 이 운동은 지역에서 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단순히 신선한 먹을거리만을 목적에 두고 있지 않다.
로컬푸드 운동의 본질은 기존에 위탁중심의 유통망에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거래를 기본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유통업자가 챙기던 중간마진이 사라져 생산자는 더 높은 수익창출을 해낼 수 있고 이로 인해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생산자가 누군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을 해소 시킬 수 있으며 유통마진이 없어 더 낮은 가격으로 신선한 먹을거리를 구매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량화, 획일화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소규모 농민들의 판로 확보에 도움을 주는 등 값싼 수입농산물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사라져 가는 우리농업을 되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제도는 장거리유통경로를 줄여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 할 수 있어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하는 변화된 소비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왜 지금, 로컬푸드가 대안인가

이러한 움직임은 시작은 먹을거리의 세계화를 먼저 접한 서구에서 시작되었다. 세계 식량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곡물 메이저의 본국, 미국마저도 1970년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농민과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합법화했고 이에 바탕으로 약 4000여개의 로컬푸드 시장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에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 식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을 장려하는 학교급식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 농민과 소비자, 학생들의 만족도 높은 로컬푸드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일본역시 지산지소운동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로컬푸드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등도 이와 비슷한 개념의 식품안전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좋은 취지의 움직임이 국내 곳곳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들어 여러 지자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앞 다투어 한국형 로컬푸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로컬푸드가 지역의 먹을거리 시장인 만큼 지역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정책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또한 30%라는 국내 식량자급률 역시 고려되어야 할 대상이다. 이미 황폐해진 우리농업은 쌀을 제외하면 5%남짓의 자급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로컬푸드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실험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하여 성급한 판단으로 로컬푸드 시장의 성패를 가르지 않고 우리농업의 자급률을 서서히 높여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정책을 펼쳐나가 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널뛰기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세계 식량시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농민에게는 더 많은 이윤을, 소비자에게는 식품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진정한 생명살림의 먹을거리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용인 역시 소비자와 생산자,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기 때문에 로컬푸드 시장의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다만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시류에 휩쓸려 고비용의 대량시설을 선택하기 보다는 상시적인 시범시장을 먼저 개설해 서서히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그리하여 점차 시장을 확대해 농축산물뿐만 아니라 건강한 방식의 가공식품까지 가정과 마을 곳곳에 정착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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