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204-1호 마지막 이야기

2017. 10. 11

드디어 이사 갑니다.

요즘은 다 포장 이사로 움직이지만, 가격이 두 배가 넘대요.

그래서 용달을 이용하기로 하고 오늘부터 싸고 묶고 상자에 집어넣기를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허리 펴고, 숨 고르고, 당 보충하고...

한 살이라도 어렸던 작년에 이사했더라면 척척 해냈을까요.

오늘은 이쪽 벽, 내일은 저쪽 벽, 모레는 구석구석.

금요일에는 얼추 마무리가 되겠어요.

204-1호로 이사 오던 날 회원분들, 운영위원분들, 환경교육센터 교사회 선생님들 덕분에

잘 치룰 수 있었다고요. 이번 이사도 무탈하게 잘 치루겠지요?

 

사람한테나 사물한테나 이별은 쉽지 않습니다.

국장님은 이 공간과 이 순간이 남달라 보입니다.

 

“이 싱크대는 말이야...이 벽지는......저 문의 시트지는 말이지...이 책은...”

 

애쓴다고 애썼는데 일은 엎어지고 정의는 묻혔던 작년 언젠가.

결국은 사무실 테이블에 엎드려 국장님이 한숨을 내쉬던.

딱 소주 한 잔씩만 먹자고 허탈하게 웃던 그 대낮.

그래도 힘 내보자고 그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던 위로는 204-1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4-1호

그동안 고마웠어.

16일 이사하면 창문 열고 손 흔들어 인사 전할게.

 

<썰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