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대지산이 문패를 달다 (2009.6.3)

기고] 대지산이 문패를 달다

2009년 06월 03일 (수) 김성규 .



▲ 대지산 표지석.



▲ 김성규(수지구 죽전동)
내고향 대지(大地)!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이곳에서 살다가 묻혀야할 이곳 사람이다.

더욱이 평생을 교직에 몸담고 살다가 이곳 학교에서 마지막 은퇴를 하였으니 대지 사랑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곳이 지금은 도시화로 인해 죽전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대지마을, 대지고개라면 경기도 동남부지역 일대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누구나 다 알던 지역이요 지명이다.

대지라는 지명은 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대지산에서 연유한다고 할 수 있다. 불곡산과 법화산 중간에 위치한 대지산은 해발 326m로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계곡과 능선과 수목이 잘 어우러진 자연휴양림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명산 중의 명산이라 할 수 있다.

대전을 한밭이라고 하듯이 대지라는 지명은 ‘큰 땅, 한 땅, 천하제일의 땅’즉, 명당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조상들의 묘를 명당인 대지산에 썼고 족보에도 묘지의 위치가 대부분 대지산 선영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더욱이 이 고장의 명문가인 경주김씨 문중 이름도 대지문중이요, 600여 년 전에도 대지산은 빼어난 명산이었기 때문에 경기도지방문화재인 충간공 김세필 선생의 묘도 이곳에 모셨으리라 믿어진다.

지금도 대지로(大地路), 대지산 공원, 대지마을, 내대지마을, 대지초·중·고등학교 등 대지라는 지명을 잊지 않으려는 흔적이 곳곳에 나타나있기는 하지만 행여나 죽전이란 이름에 묻혀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자연 헬스장으로 손색이 없는 대지산 등산을 할 때마다 산의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대지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부르지 않고 불곡산에 오른다고 할 때 대지산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아프기 한이 없었으며, 늘 아쉬움과 미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죽기 전에 대지산 이름을 찾아야만 눈을 감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요로에 건의도 하였으나 별 관심을 갖는 이가 없었다.

내 땅 내 집에 내 문패가 없어 찾아오는 사람이 내 집을 못 찾는다면 집주인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듯이 대지산에 표지석이 없어 찾는 이가 이를 몰라본다면 이는 대지인을 포함한 용인시민의 수치이며 자존심에 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5월 어느 날 정상에 ‘大地山 해발 326m’라는 표지석이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보는 순간 이제야 내 꿈, 아니 용인시민의 꿈이 이뤄진 것 같아 너무 흥분되어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지산은 아직도 슬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원래 대지산은 성남시 경계 능선에서부터 남쪽으로 단국대학교 뒤 능선을 따라 골프장까지 아우르는 넓은 지역인데 대지고개를 통과하는 도로개발로 인해 이 명산이 남북으로 두 동강 났기 때문이다.

죽전 개발 당시 자연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대지산 한 평 사기 운동을 벌였던 정신으로 지금이라도 대지고개를 터널식 에코브리지라도 설치해서 대지산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대지산 정상에 표지석을 세운 용인시 관계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하며 대지산이 웃는 그날까지 나의 바람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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