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세월호참사 759일, 용인199차 죽전역 피케팅

세월호참사 759일, 용인199차,
2016년 5월 13일 금요일 죽전역 피케팅 후기

길에서 용기님을 만나 죽전역으로 갔어요.
1번 출구에 피켓과 테이블 등 주욱 널린 짐들 사이에서 어떤 분이 주섬주섬 물건을 추스르고 있더군요.
“혹시 여기서 피케팅 하시나요?” 물으니,
“저흰 어린이를 위한 활동을 하는 국제NGO단체인데, 요즘 여기서 계속 활동했었어요. 근데 오늘은 내부감사가 있다고, 안했으면 좋겠다고 죽전역 쪽에서 연락이 와서 펼쳤다가 다시 접는 중이에요” 라고 하시네요.
용기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죠.
“내부감사인데 왜 여기서 하면 안 된다는 거죠?”

집회신고를 했으니 연락이 왔으면 우리한테 전달되었을 텐데...
먼저 서명 테이블과 큰 피켓들만 펼치고 나서 확인을 해보자 했어요.
역시나 우리 쪽엔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해서, 용기님과 민정어머니, 저는 여느 때와 같이 피케팅을 시작했어요.

이날 죽전역엔 바람이 몹시 불었어요.
리본을 나눠주려고, 리플렛을 나눠주려고 피켓에서 손을 떼면 바로 바람이 휙~ 피켓이 파노라마로 넘어가요.
피켓에 적힌 회차를 수정하다보니, 금요일이 세월호 참사 759일째, 죽전역 199차였어요.
날이 이렇게 차도록 밝혀진 것도, 달라진 것도 없지만, 죽전역에 선 시간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기억시켰을 거라고, 비슷한 생각과 마음인 사람들만 모인 세상이라면 애초 피케팅을 시작했을 리도 없고, 따지고 욕하고 뭐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피케팅도 이어지는 것이란 생각에 여느 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이날은 바람이 불고 피켓만 넘어가도 요즘 일어난 어이없는 일들이 덩달아 생각나며 속이 상했어요. 겨우겨우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태풍 같은 바람을 자꾸 일어나게 하는 ‘그들’은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사람들인지.

바람은 불었어도 죽전역 앞의 시간은 큰 소리 없이 담담하게 흘렀어요.
서명대 앞으로 사람들이 훅 몰렸다가, 다시 비었다가...를 반복...
한 여자 분은 아들이 2주기 때 연주를 했었다며, 그잖아도 뱃지를 구하고 싶었는데 못 구했다며 하나만 더 달라며 반기셨고, 법대생이라는 남자 분은 “특별법을 반드시 개정해야한다”며 결의에 찬 서명을 했어요.
낮은 목소리로 ‘화이팅!’이라고 응원하는 여학생도 있었어요.
몇 달 전 서명했는데 또 해도 되냐며 다가오신 할머니께는 가방에 리본을 달아드렸어요.
여기 오는 사람이 매일 바뀌냐, 아는 분이 나오신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안 계셔서 물어본다는 청년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박명희님 교회 지인이셨고요.^^

“월요일이 벌써 죽전역 200차 피케팅이네요” 하니, 민정엄마께서 “너무 고생들 많으셨어요...” 하시더군요. 우리가 고생은 아니지만... 이렇게 회차를 꼽고 날짜를 세는 날의 끝이 보이길, 또 하루 보내고 지나며 간절히 바래보네요.




* 죽전역에서 하고 있는 세월호 피케팅은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보태 주세요.
월요일~금요일, 오전11시~오후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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