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세월호참사 745일, 용인191차 죽전역 피케팅

세월호참사 745일, 용인191차

2016년 04월 29일


'무슨 말로 이별을 고해야 하나'
착잡한 마음과 이번엔 정말 그만 두자 다짐으로 죽전역으로 차를 몰았다.
온갖 잡생각에 광주가는 도로를 타버리고 겨우 유턴을 해서 죽전역에 도착했다.
민정어머니와 정현님이 와 계셨고 원래 피켓장소였던 커피숍앞은 철거공사가 한창이다.
오늘따라 정현님은 왤케 이쁜걸까, 민정업니는 왤케 가녀린 걸까.
장소가 바뀌어서 그런가 분주하고 낯설게 시작했다.
콩닥콩닥, 덜덜덜, 훌쩍거렸던 처음 죽전역에서의 피켓팅부터 지독한 여름과 혹독한 겨울을 지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지난 주 민정업니와 함께 ‘개 같은 년들’을 들은 후로는 더 이상 가혹한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 말을 혼자 듣는 것과 민정업니와 듣는 것은 달라도 차원이 다르게 달랐다.
'왜 하필… 그것도 민정이 나온 날에…저런 인간이...'
일주일이 고되었고 목요일부터 금요일 피켓팅 나갈 걸 생각하니 잠을 못 자고 뒤척일정도였다. 일상들을 해 나갈 수 있을까.
이 상태에서 한방 들어오는 순간… 난 그대로 링 밖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 그만하자 이번엔 정말 죽전역 그만 가자.’
금요일 오전 죽전역, 피켓팅 시작은 평범했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 서명 받고 있습니다!’, ‘노란 리본과 함께 해주세요!’ 민정 업니와 정현님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리고 바람이 불어 피켓이 넘어가면 후다닥 뛰어가 세우고 드문드문 노란리본과 서명을 하러 오신 분들께 설명도 드리고 ‘감사합니다!’ 인사도 드린다.
예닙골살의 귀엽게 생긴 딸의 손을 잡고 젊은 엄마 한 분이 천천히 걸어오셨다.
상냥하게 나에게 웃음을 건넨다.
보통은 사람들에게 눈을 맞추고 웃는 것은 내 편에서 하는 일이었는데.
서명을 하시고 노란 리본을 두개를 달라고 하셨다.
하나는 본인이 하나는 딸에게 달았다.
주저앉아 딸 눈 높이에 맞춰 조근조근 이야기를 해주신다.
“언니 오빠들이~~~ 이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
아이의 깊은 눈망울에 엄마의 이야기가 맺힌다.
‘오 하느님 (꽤 오랜 시간, 그리고 지금까지도 냉담자로…ㅠㅠ)
저더러 어쩌라는 거예요. 그만 한다고 했잖아요. 힘들다고요. 정말 힘들다고요.
이런 분들을 보내주시면 어쩌라는 거예요.’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젊은 엄마에게 차량 스티커를 권했다.
“저희는 차가 없어요.” 하며 활짝 웃으며 가셨다.
길위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 사람.
오랜 시간이 아니었으면 보지 못했을 이 순간,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에서 겨울을 지내지 않았으면 깨닫지 못했을 이 순간의 의미.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하느님, 나온다구요. 담주에도 나온다구요. ㅠㅠ”
어메이징은 이어졌다.
고등학생들이 깔깔대고 쏟아져나왔다. 중간고사가 끝났다.
어찌나 재기발랄하던지 놀이동산에 와있는 것 같았다. 서명하는 아이들을 보며
“얼굴 안 나오게 한 컷만 찍을께요. 괜찮죠?”
“아뇨. 얼굴 나와도 되요.” 하며 뒤로 넘어가게 웃으며 크게 외치는 아이들.
너희들을 보려면 이곳에 와야하는구나. 죽전역 이곳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뒤 돌아서서 한 참을 울었다.
너희 같았겠지. 수학여행 전날 그리고 배 안에서 얼마나 즐거웠을까.
깔깔 대는 웃음. 들뜬 목소리 싱싱하고 풋풋한 너희들. 왜, 왜, 도대체 왜… 너희들이…
교복입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민정업니의 마음을 털끗만큼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대로 억장이 무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정말 의연하고 꿋꿋하다.
내가 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는 어치님께도 정현님께도 너무 죄송했다.
하여 밥을 쏠려고어치님과 달리기를 했지만 운동회 계주로 몸을 단련하신 어치님에 발가락 하나 차이로 지고 말았다. (안타깝다. ㅠㅠ)
담주는 식당에 미리 결재를 하고 자리를 잡아야겟다고 결심했다.
어치님을 달리기로 이기기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으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금요팀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원래도 비슷했지만 금요일마다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서로의 교집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생활속에서 지속적으로 세월호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된다.
대형 행사, 기획된 행사도 좋지만, ‘우연’이 물어다주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내 삶의 형태를 바꾸어 놓고 있다.
‘알았다고요. 담주도 나간다고요. ‘
하늘을 한참동안 올려다보았다.,,

- 우리단체 회원이신 용기님 후기입니다.


* 죽전역에서 하고 있는 세월호 피케팅은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보태 주세요.
월요일~금요일, 오전11시~오후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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