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1/8 용인촛불 죽전역 세월호 피켓팅

2016. 1. 8 (금)


피켓가방을 찾아 횡단보도를 건넌다. 몇 번 하다 보니 이제 카트 끄는 요령이 생겨서 기우뚱거리지 않는다. 이마트 앞에 거는 노란 현수막이 세 장이었는데 오늘 보니 두 장이다. 끈이 풀려 바람에 날릴까봐 꼼꼼하게 묶는다.

옷을 겹겹이 입고 목도리도 둘렀지만 콧물은 멈추질 않는다. 목도리로 입을 둘러싸니 안경이 금방 뿌연 해졌다.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테이블을 펴고 벽에 피켓을 붙이니 그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경거리인 가보다. 전단지를 들고 있던 아줌마는 아예 이쪽으로 몸을 틀더니 전단지 돌리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피켓의 글을 읽으신다.

어떤 이한테는 생경한 내용이고, 어떤 이한테는 통탄할 내용이고, 어떤 이한테는 집어치우라고 소리치고 싶은 저 내용들이 사실이고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라니! 테이프를 이로 잘라내 벽에 탁탁 붙이며 화풀이로 대신했다.

바람에 피켓은 서 있지 못하고 앞으로 자꾸 넘어갔다. 아홉 명의 사진이 있는 피켓이 넘어가는 것은 더 신경이 쓰여서 붙잡고 있어야 했다. 서명을 해 달라고 소리치지 않았음에도 한 청년이 성큼성큼 걸어와 아무 말 없이 서명을 한다. 외국으로 다시 들어갈 예정이라며 후원계좌번호를 묻은 분도 있다. 그리고 꼭 한 마디를 해야지 직성이 풀리는 아저씨는 오늘도 출연했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명령어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가버린다. “그만해라.” “지겨우니 집어 쳐라.” 무의식의 벌거벗은 목소리는 겁을 주지 못함을 그들도 알 것이다. 그러함에도 기어코 한 마디를 하고 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맥 빠지려고 하는 찰나. 금요일의 노란 빛 맹달님이 아이들의 교실을 지켜달라고 또박또박 목소리를 낸다.

칙칙하고 어두운 새해의 죽전역. 추워서 웅크린 것이 몸뚱이만이길 바라면서 리본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다.

* 세월호 피켓팅은 매주 월요일~금요일, 오전 11시~오후1시까지 죽전역에서 있습니다.
함께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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