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여기는 우리 사무실

2017. 9. 5

여기는 우리 사무실.이  아.니.다.

사무실 건너편에 있는 커피숍이다.

사무실 놔두고 왜 여기에서 사치냐고?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다.

 

204-1호

그러니까 204옆에 붙어 있는 -1호는 204호 일부를 가벽으로 만든 공간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무실은 그 일부 공간인 204-1호다.

왜냐면 우리는 -1호를 임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니까.

 

지난 달 204호를 사용하는 분이 오셨다.

작년에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오셨는데, 204호 배수관이 다시 역류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204호 사정이라고 안타깝다고 말하면 좋을 텐데, 앞서 설명한대로 우리는 204호의 -1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204호와 204-1호가 연결된 배수관을 우리 사무실에서 뜯어 고쳐야 한다.

 

역류는 냄새를 데리고 204-1호를 덮쳤다.

하수구 냄새가 다 그렇지.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다 그렇지 않더라.

백년동안은 썩어 있던 오물의 냄새가 아마 그러할까.

관리소 소장님이 “살다 살다 이런 냄새는 처음이다.” 라고 하셨다.

훌륭한 표현이다.

 

사무실 주인에게 계약 만기가 몇 개월 안 남았고, 냄새 때문에 더 이상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주인이 놀라운 말을 한다.

“냄새가 하나도 안 나는데 왜 일을 못하겠다는 거예요?“

월세 받는 쪽은 냄새도 마음대로 맡을 수 있나보다.

역시 능력자.

 

한쪽 벽에 있던 짐들이 중앙에 쌓였고, 배수관 근처는 눅눅하며 헛구역질을 하게 하는 냄새는 며칠째 사무실에 남아

있다. 오늘도 국장님과 나는 노트북을 챙겨 길 건너 커피숍에 들어왔다. 사장님 눈치를 보며 일하다, 다시 짐을 챙겨 다

른 곳으로 이동하는 떠돌이 생활이 된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

9월말에는 보증금을 돌려주신다는 약속 꼭 지켜주세요!  <썰매>